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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너머에 희망이 기다린다
 

[세계일보]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요즘 젊은이의 취업전선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정규직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생은 인문적 소양보다는 학점과 스펙 쌓기에 올인하며, 진리와 진실을 찾기보다는 얄팍한 요령 습득에 바쁘다. 일부 고학력자는 학력을 낮춰서 면접에 임한다는 말도 들었다. 영화 ‘방가 방가’의 주인공은 면접마다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주차장, 막노동 등을 전전하다 동남아인 같은 외모를 이용해 부탄 사람으로 행세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로 공장에 취업한다. 물론 다소 과장된 상황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취업현실을 반증하는 영화로 볼 수 있다.

황영미 영화평론가·숙명여대 교수
원하는 직종에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여서 졸업을 하고도 모교의 각종 고시반이나 취업준비반에서 몇 년씩 도 닦듯 공부하고 있는 제자를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재학 시절 밝고 귀엽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에 지치고 부모에게도 죄송하다며 비정규직으로라도 취업을 해야겠다고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하곤 한다. 그런 제자에게 필자는 “지금 포기하면 우선 숨통이 트일 뿐, 평생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상황을 버티고 더욱 노력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로 보상받는다. 큰 물고기를 잡으려면 그물을 멀리 던져야지”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며 조언한다. 중도에 포기하려던 제자가 그 말을 듣고 한두 해 더 힘을 쏟아 원하는 직장에 취업해 감사의 인사를 오는 경우도 많았다. 필자도 소설가로 등단을 준비하던 때 동굴 속에 갇힌 것 같은 답답한 마음을 극복하고자 당선소감 쓰기에 하루를 몽땅 바친 날이 있었다. 그날 썼던 당선소감은 그 다음해에야 빛을 보게 됐지만, 힘겨운 고개를 넘어가는 데는 ‘반드시 이루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 마인드 컨트롤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다급한 마음에 지명도 낮은 지면으로 등단했다가 또다시 재등단하는 문인을 보면서 절망 바로 너머에 희망이 기다리고 있기에 참고 버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는 내세울 만한 학벌도 경력도 남다른 전문지식도 갖추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긍정적 마인드로 노숙인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미국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기적 같은 실제 성공신화를 그리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잠잘 곳도 없어 지하철 화장실에서 종이를 깔고 자야 하는 신세가 됐지만, 자신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주식중개인이 성공한 것을 보고, 그도 주식중개인 인턴 면접에 도전해 어렵사리 합격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인턴 기간에는 무보수이며 정규직으로 가려면 6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그는 회사에서도 궂은일과 심부름을 도맡아 했으며, 노숙인시설의 잠자리를 차지할 줄을 서기 위해 정해진 시간 안에 남보다 더 빨리 일해야 했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인턴으로서의 마지막 출근날 상관으로부터 정규직으로 일하겠느냐는 말을 들을 때 그는 눈에 핑 도는 눈물을 삼킨다. 이후 인생의 이 부분은 ‘행복’이라 불린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행복이란 눈물도 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음 놓고 눈물을 흘릴 수 있을 때 오는 것일까.

우리나라에는 정규직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비정규직 근무자가 상당히 많다.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소원하는 바를 이룰 때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희망과 행복은 절망과 불행의 술래가 된 우리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꼭꼭 숨어있기에 찾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찾다 보면 스스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황영미 영화평론가·숙명여대 교수

 세계일보 기자   [ 2012-07-16 오전 10:4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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